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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란, 비용 대비 높은 수익률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제라키엘7 2025. 4. 27. 21:41

https://m.mk.co.kr/news/it/11291276

 

“요즘 것들은 자기 편한 것만 챙겨”...도전없는 회사에는 도전하는 MZ 없다 - 매일경제

이정동 서울대 교수 인터뷰 대한민국號 벼랑 끝 상황 ‘가슴 뛰는 간절한 아이템’ 더 이상 안주머니에 없어 정체된 국내 혁신 생태계 열개의 담대한 질문 던져 메기의 역할 될거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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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맥락이 닿아있는 것 같아서 가져와본다.

 

최근 회사 내에서 현타가 오는 거 하나가 있다. 회사에 비전이 없다. 방향이 없다. 그리고 기술도 없다. 그리고, 일단 연구원인데 현장 끌려나가는게 짜증난다. 다만, 내가 짜증나는 건 짜증나는거고...

 

나름 IT계에서 상당한 입지의 회사이며, AI에서도 나름은 선도하는 그룹 소속의 회사인데, 비전이 없다. AI로 사업을 하지만 AI가 뭔지 정의조차 못하는 느낌이다.

 

나라고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오픈 AI처럼 챗GPT같은 걸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겠다면 말리겠지. 대단히 돈 쓰라는 것도 아니다. 요즘 시대에, 그런 거 안 해도 할 수 있는 거 많다. 하지만.

 

사업을 한다는 건 돈을 번다는 게 아니다. '무엇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해서'라는 부분이 빠져버리면 그냥 돈놀음이 된다. 적어도 기술 회사라는 곳이 그러면 안 된다.

 

물론 우리 회사는 그다지 깊은 고민 안 해도 대충 10~20년은 어떻게든 먹고 살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가면 나라가 기우는 건 당연하다.

 

 

밖에서는 AI를 한다고 하면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AI는 혁신이 아니다. 이미 무수히 많은 AI 기술이 그냥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고 상용화된 툴로 제공된다. 그걸 가져다 쓰는 걸 혁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기존에 SI 사업에서 오픈소스와 상용 솔루션을 끼워맞추던 그 패턴 그대로일 뿐이다. 애초에 AI는 도구일 뿐이고, 도구는 혁신이 아니다. 혁신이란 안 되던 것을 되게 하거나 없던 걸 만드는 걸 말한다.

 

한편, 반대로, 혁신이라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아이폰을 내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켜야 혁신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혁신이란 안 되던 걸 되게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는 사내에서 결제받아야 할 게, 여기저기 싸인을 받고 다녀야 하던 게 오늘은 웹에서 원클릭으로 되도 그건 혁신이다. 어제까진 일 할때 관계 부서가 어딘지 열심히 전화를 돌려야 했는데 웹 페이지에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도 혁신이다. 조금 편해지고, 조금 효율적이 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혁신이다.

 

AI가 센세이션이 되는 건 그걸로 여태까지 안 되던 게 될 거 같아 보여서일 뿐이다. AI 향 좀 첨가한다고 혁신이 아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쉽고 저렴하게 AI 혁신이 가능할수도 있다. 이미 많은 기술이 클라우드로 제공되고 오픈소스로 제공된다.

 

 

https://brunch.co.kr/@uxai/26

 

인공지능 사업이 어려운 이유

인공지능, “기술은 대박인데… 수익은 쪽박?” | [목차] 1. 가능성은 많은데, 제품이 되긴 어렵다 2. 너무 빠르고 치열한 경쟁 3. 수익모델이 불안정하다 4. 문제 해결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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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경영진이 공부를 안 해서다. 솔직히, 기술이 중요한 사업 아이템인 기업에서 경영진, 임원진이 밑에다가 자료 조사해 올리라고 한다면 이미 그 임원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정보를 떠먹여주기 바라는 건 어린애나 하는 일이고, 어른이 되면 자기 취향, 자기 생각, 자기 방향이 있기 때문에 떠먹여 주는 걸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떠먹여달라고 하는 건, 애기들이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실무진에게 초딩도 이해할 수 있게 자료를 작성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려운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뛰어난 능력이자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회사에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할수는 없어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잔뜩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당장 그 문제들을 푸는 데 많은 시간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아직 갖추지 못한 스킬을 갖추라고 하며 거기에 시간을 쏟게 만들면, 그럼 문제는 누가 풀 건가. 그러니까, 그들을 이끌 임원으로는 당연히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세워야 하고, 그들과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임원에 올라가 있다면, 그건 잘못된 사람이 올라간 거다.

 

그럼 기술자만 임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하면, 당연히 아니다. 흔히 쓰는 전문용어 몇가지, 그것들이 사회적으로 가지는 역할과 효과 등을 이해하는 건 기술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수능 시험 언어영역에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이 나오는 나라다. 그런 고차원적인 과학 이론도, 그 개념을 이해하는 정도는 문과생도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문과생이 더 잘 할 수도 있다. 충분히 찾아보고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면 말이다. 그거 안 할 거면, 왜 그 정도 관심도 들일 수 없는 인간이 임원을 하는데?

 

한때 유명 기업의 부회장이 보고서에 전문 용어 올라가는 거에 딴지 거는 것을 넘어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준을 요구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 수준의 보고서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기업 운영이 장난인가? 그런 사람이, 이 복잡한 사회에서 어떤 기술이, 어떤 사업이 먹혀 들어갈지는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 당장 기술 분야 뉴스 기사들만 봐도 전문용어들 천지다.

 

https://v.daum.net/v/20250408165106519

 

지브리풍 인기 끌자...네이버 스노우도 “일본 애니 프사 만들어드려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도 ‘일본 애니’ 스타일로 인공지능(AI)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선보이면서 챗GPT가 불러온 지브리 열풍에 가세했다. 오픈AI의 챗GPT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

v.daum.net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난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지브리풍 그림을 자동으로 그려주는 데에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그게 뭘 혁신해서 회사 수익에 기여를 할 건데? 심지어, 이슈화가 되는 것도 이미 늦었다. 그냥 실무자가 보고 재미있어 보여 따라한게 아니라면, 저걸 하라고 임원진이나 리더가 시켰다면, 네이버도 상당히 걱정되는 상황인 것이다. 저런 거 시키고 앉아있는 사람이 윗사람으로 있으면 제대로 된 기술 개발이 될까? 매번 뉴스에 이슈가 되는 게 나오면, 그것의 본질이 뭔지는 고찰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른 걸 시켜댈텐데? 기술자들은 그거 대응하느라 정작 해야 할 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거 천지다. 윗사람들이 명확한 목적과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것 따라가기 바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술은 아무데도 쓸 데가 없다. 그때그때 임원 보고용, 뉴스 기사용으로 만드느라 급하게 얼기설기 짜맞추기 때문이다. 그것이 안정적으로 서비스 될 수 있는 상품이 될 때 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땐 또 다른 새로운 이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1년이 지나고나면 이제 평가 때는 그러겠지. 니들은 대체 1년동안 뭐 했냐고. 그러면 실무자들은 억울하다. 왜냐하면, 1년 내내 시키는 거 하느라 야근하고 빡세게 굴렀는데, 상사에게는 욕먹고 나중에 이직하려고 해도 포트폴리오에 쓸 것도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원래는 위에서는 큰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주고 아래 단계로 내려가며 그것을 점점 구체화 시켜 나아가야 한다. 실무자들은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역량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아지는 만큼, 경영진들이 거기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고, 경영진은 실제 기술의 디테일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이를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많은 경우들에서 위에서는 연구 주제를 가져오라고 하고 가져가면 사업성이 낮다며 막기 일쑤다. 그러면서 정작 실무 영역에서는 주 단위로, 월 단위로 디테일하게 채크하려고 한다. 위에서부터 자주 결과를 확인하려고 하면 윗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료 준비, 시연 준비로 바빠지기 마련이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의사결정하려면 보고와 지시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 실제 구매나 인력투입이 들어가는 의사결정은 매번 늦고 행정절차까지 들어가면 한도끝도 없이 지연되곤 한다. 그러니 기술이란 게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기술을 연구해도 제품화는 또 까마득하게 먼 이야기다. 원래부터 기술이 실제 제품화나 상용화가 되기까지의 길은 멀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그것을 제품화하기 위한 성능 기준도 한없이 높다. 윗사람들의 '가오'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기껏 뭔가 냈는데 실제 시연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오'가 깎이니 채크하고 검증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을 때 까지 기준을 한도끝도 없이 높이며 야근을 해서라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야 할 분야도 있지만, 어떻게든 일단 밀어넣고나서 고도화해야 할 기술들도 그런 식으로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밑에서는 애초에 연구 주제를 도전적인 것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했는데, 안 되면? 혼나고 패널티 먹는 건 실무자 자신이니까. 그러니 실무자들은 패시브해지며 소극적이고 비관적이 된다. 

 

학교에서 연구할 때도 그랬다. 과제에 쓰는 주제에 대해 연구개발이 실패하면? 그 연구실은 정부과제 따는 데에 앞으로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며, 학생의 앞날도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안 되도록 과제 담당자가 어떻게든 과제가 성공한 것으로 만들긴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보고서를 쓸 때부터 학생이 매우 피곤해지며, 그런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나면 누구도 도전적인 과제따윈 쓰지 않는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AI 기술은 더 그렇다. 이건 무엇을 하든 새로운 일이고 그것이 잘 될 지 안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이미 기준을 무조건 성공하라고 세워놓으면 누가 도전적인 일을 할까. 거기에, 많은 AI 사업은 시작할 때 AI 기술 도입에 맞는 데이터가 없어 성능이 안 나오고, 데이터를 모으려면 어떻게든 AI 시스템을 넣어 사용하게 만들어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성능 안 나온다고 애초에 시도를 안하면 그냥 영영 못하는거다. 그러다가 해외 기업에서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 그제서야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땐 이미 우리는 후발주자가 되고, 시장은 레드오션이 된다.

 

 

최근 핫한 LLM은 매우 편리한 기술이다. 나는 논문을 요약해 보거나 자료를 정리할 때, 코딩할 때 등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식사 메뉴를 고르거나 게임 닉네임을 고민하거나 할 때 LLM을 써먹기도 한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 피곤한 일이니까, 사소한 일이라면 LLM보고 결정해보라고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하지만 경영진이 그러면 안 된다. 사업 아이템과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건 경영진이다. 밑에 사람에게 시키거나, 뉴스에서 이슈가 되는 것들을 맹목적으로 따라가거나, 타 회사에서 성공한 것을 들고오는 것 모두 스스로는 고민하지 않고 대충 땜빵치는 행동이고, 그런 것 모두 태업이다.

 

난 일론 머스크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경영자라면 그런 면도 있어야 한다. 어쨌건 일론 머스크는, 무언가 새로운 걸 하겠다고 공표하고, 그게 꼭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떻게든 해서 보여줬다. 그게 100% 되는 일이라서 한 것도 아니고 투자금과 예상 수입을 비교해서 이득이 나니까 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100% 될 수도 없는 일에 수익 계산이 가능하긴 할까. 하지만 그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한 거고, 정말 가치 있는 일이면, 선점하면 당연히 수익은 따라오게 되어 있는 거다. 기업가, 경영자, 리더라는 건 그 '가치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기업인들이 나와야, 지금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