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 번 쓰려고 했는데 계기가 없어 이제야 써본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스스로 그 부분을 착각한다고도 인지 못하는 듯 하다. 그건, 세상의 '일의 양'이 정해져있다는 착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AI가 나온다고 일자리가 줄어들 이유가 없으니까.
AI가 더 많은 일을 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벌인다. 그렇게 일자리는 유지된다. 현대의 자동화된 공장은 중근세에 비해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훨씬 더 적은 노동력으로 달성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일이 그렇게 획기적으로 줄어들진 않았다. 더 높은 샐활수준,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노동거리를 만들어냈다. AI라고 다를 게 없다.
난 AI는 산업의 자동화의 연장으로 본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건 없다.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했어도 모두가 실직자가 되진 않았듯이 AI시대도 그럴 거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자. 그것을 제대로 짚어내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영역을 보자. 아예 필요 없어져서 사라진 직업은 말고. 그럼 대표적인 것이 경공업 쪽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전체로 보면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첨단 제조업,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두드러지고 간단한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건 다 죽었다. 그런 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가져갔다.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더이상 하기 힘들다. 관련 기업들도 몰락하고 있다. 그건 일자리를 줄이는 건 필요성의 감소만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일자리의 노동생산성이 그 사회의 표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요의 감소는 노동생산성 감소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생산을 위한 재료비, 임대료, 인건비 수준은 사회의 평균 수준에 따라 계속 오르는데 그만큼의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면 생산자들의 시장 퇴출이 시작되고 해당 분야의 일자리 공급도 줄어든다.
따라서 AI가 특정 업무를 대체한다고 반대하는 건 큰 실책이다. 남들은 AI를 통해 그 부분을 자동화하여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텐데, 우리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국내 일자리들이 시장퇴출 될 뿐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반대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뿐이다.
우리나라 산업계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이 부분이다. 노동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 그걸 하려면 대단히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만히 했다고 말하겠지만, 어차피 기업도 직원들의 노오오오력 따윈 평가 안해주잖아. 성적표는 노동 생산성 통계에 잡힌다.
이건 개별 직원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계속 공부를 하고 전문성을 쌓는 것이며, 이는 요즘 신입 직원들의 높아진 스팩으로 이미 확인되는 부분이다. 나머지는 조직이, 기업이 해야한다.
산업에의 AI도입 역시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걸 막으려는 시도는 결국 국내의 해당 산업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다. 남들은 다 하기 때문이다. 탄소 규제가 필요한대도 인기없는 이유다. 죄수의 딜레마같은 문제니까.
오히려 남들보다 더 먼저, 앞서 해야할 문제다. 현재 AI의 첨단기술은 우리나라가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이 너무 넘사의 1, 2위이고, 우리나라는 그 정도 기술 투자를 할 경제의 볼륨이 안 된다. 기초역량도 압도적으로 떨어진다. 이미 학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에 밀렸다.
누누히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AI를 ㅈㄸ 못한다. 사실 AI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할 건 없다. 언제는 미국이랑 맞먹어서 경제성장했나. 8-90 년대도 미국과 일본이란 넘사의 강국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못살 건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몰락하는 사이 우린 대폭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AI의 경우, 기술의 출현보다 그것을 산업에 적용하는 게 대단히 힘들고 난이도가 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나온 기술들도 현장에 적용 못하고 있는 것도 허다하다. 어플리케이션만 잘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특히나 지금이 바로 본격적으로 LLM 기술의 어플리케이션들이 확장하고 있을 때다. 지금도 안 늦었다. 또 간보느라 지체하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초고속 인터넷 망을 갖추며 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위세를 자랑했다. AI도 마찬가지다. 모델 성능으로 모든 걸 말하던 시기는 끝났고, 이제는 전반적으로 모델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의 모델은 넘사지만, 조만간 일반인들은 어지간한 모델을 가져와도 차이를 못 느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때는 엔지니어링이 승패를 좌우한다.
퍼블릭 서비스를 위한 챗봇과 AI비서로는 이미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도 엄청나게 뒤쳐지고 있지만...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일 좀더 실무적이고 특화된 기능들이다. 에이전트 에이전트 하는 거에 너무 휘둘리는 것도 좋지 않다. 간지나는 최신 기술보다 실제 효용이 더 중요하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데이터를 AI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부터가 더 중요하다. 쓸데없이 거창한 기능, 범용기능부터 챙기려 하지 마라. 범용 기능은 RAG 기반 챗봇만으로 충분하고 그거도 어렵다. 지금 더 중요한건 어떻게 RAG와 같이 데이터와 검색 체계를 구축해 AI와 연동할지, 어떻게 구조화할지다.
아무튼 이런걸 하려면 사실 가장 중요한 게 경영자와 리더들, 매니저들이 얼마나 AI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하는가이다.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것들이 사람 자르는 이야기만 나오는 건, 국내나 해외나 그 고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의 AI는 사람을 전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에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정립도 안됬는데 무슨? 내부 문건, 데이터들은 전부 AX 전환 된거 맞아? 챗GPT가 그럴싸한 답변 해준다고 인력이 필요없어진다는 건, 아무리 봐도 그 윗사람들이 필요로 하던 일은 진짜 가치를 생산하는게 아니라 그럴싸한 답변을 듣는 것 뿐이라는 거 같은데?
인력으로 밀던 작업, 지금도 사람 자를 때 안 됬다. 오히려 그 사람들 써서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정말 지금의 LLM이 사람으로 된 콜센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마케팅을 위한 작업을, AI로 조사하고 AI로 그린 그림만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대체되는 건 그 일에 애초에 그다지 높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을 뿐인 거고,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결국 사람이 다시 필요해질 거다.
AI가 빠르게 도입되는 산업은 그만큼 개인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개연성도 존재한다. 그러면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혹은, 그쪽의 일에 여유가 생기며 다른 연관된 쪽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그보다 큰 변동성 리스크 때문에, 아직 미숙한 AI에 대한 지식과 경험 때문에 몸을 사릴 뿐이라고 본다.
전반적인 실업률 증가 추세까지 깰 거라고 낙관하는 건 아니다. 다만 흔히 말하는, 노동의 종말은 아니란 이야기고, 국지적으로 보자면 결국 일자리를 지키려면 오히려 AI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일자리가 모두에게 열려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전까지의 산업의 변화가 모두 그러했듯이.
결국 일자리의 핵심은 생산성이다. 현대의 생산성은 대단히 애매하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세에는 열심히 농사지어 수확하면 되었다. 기후와 날씨, 전란 등의 리스크는 매우 컸지만 방법론 자체는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그 이상의 대단히 획기적인 방법은 드물었고, 일단 그거만 열심히 해도 평균적인 생활수준은 유지되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도 안 팔리면 손해다. 예전의 농사는 망해도 본전이었지만 지금은 뭘 해도 손해다. 그나마 월급쟁이가 손해는 안나는 일이지만 그게 성립하는 것도 누군가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으로는 사업이란 게 꾸준히 일어나야 유지가 되는데 스타트업들 생존률이 얼마더라...
새로운 사업이 흥하기는 어렵고, 살아남기 위한 자본과 규모의 경제의 장벽은 너무 높으며, 그로인해 초보자들은 숨쉴 틈이 없다. 그러니 개인 입장에서도 소수의 대기업으로 가지 않으면 격차는 심해지고 그남 있는 중소기업들도 연명하기 버거우니 일자리가 나올 턱이 없다. 개인이 그 높은 생산성 기준을 갖추기에는 너무나도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기술들은 한 시대의 천재들의 마스터피스들인데, 그런 것들을 머리에 넣고 나온 대학생들도 경쟁력이 안 된다고 기업들은 고개를 저으며 경력직만 찾는 실정이다. 젊으면 경력없어서, 나이들면 늙었다고 취직 못하는 사회다.
이제 한 과목 늘었다. AI를 내몸처럼 다루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또다른 장벽이 세워졌다. 이거도 공부해야한다. 뭐같은 사회다.
개인 입장에선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든 말든 상관이 없다. AI는 초보자 사냥터들은 확실하게 부술 테니까. 여태껏 모든 자동화 기술들이 그랬듯이.
만화가는 더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시스턴트는 AI가 대체할 것이다. 나는 자료 정리해줄 후임이 필요없다. 그 후임은 인턴 자리도 못 찾겠지만. 상위 변호사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배들은 자동상담 챗봇에 데이터나 공급해주면 다행이다. 더 전문화되기위해 교육기간은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교육기간에 대해서 기업들은 실무경험이 부족하다며 입구컷을 할 것이다.
AI침략에 의한 노동의 종말의 본질은 총 일자리수의 감소가 아니라 이런 초보자 장벽의 강화이다. 이건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라 오랜 트렌드의 가속이다.
그걸로 끝나버린다면, 그 사회는 결국 도태될 뿐이다.
앞서 말한 건 가만히 있어도 닥쳐올 미래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다른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이것도 누군가는 할 것이고, 안하는 쪽은 바보가 될것이다.
그 일본도 방심했다가 지금처럼 퇴보했듯이. 혹은, 변화는 그보다 빠를 수 있다.
AI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을 배제한 자동화가 아니다. 인간의 능력 확장이다. 누군가는 그걸 위해 침습형 BCI같은 인간 증강 기술들에 눈독을 들였지만 (뉴럴링크 등..) 거기까지 안 가도 인간은 증강된다. 왜냐하면 AI가 하는 일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필연적으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AI가 스스로보다 더 뛰어난 AI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시점이 바로 특이점으로, 그 시점부터는 인간이 AI를 통제할 방법이 없게 될 거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관점에는 다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 세상에 많은 영역은 객관적인 성과지표가 존재하지 않으며 매우 주관적이다.
LLM이 스스로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건 지금도 여유롭게 가능하다. 근데 문제는, 그게 나아진건지 평가해줄 게 결국 사람이란 것이다. 왜냐하면 LLM 이 만드는 언어의 기준은 결국 사람이 선호하는 언어니까.
모든 분야가 그렇진 않다. 예를 들면 해킹이 있다. 지금의 AI 붐이 뜨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기술 중에서는 적대적 학습 (Adversarial Learning) 이 있다. 공격자와 방어자가 서로의 결과를 피드백으로 성능을 올리는 기술이다. 그렇다. 이미 특이점은 왔다.
인간이 기준을 정해주면.
AI는 통제될 것이다. 인간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지딴에는 고성능이 되었다고 우기는 AI도 인간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AI는 스스로 나아졌음을 인간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하고, 인간은 자신의 템포로 AI의 속도를 제한할 것이다.
회사에서 무능한 상사들이 그래왔듯이.
진정한 특이점은 그 때 오는 게 아니다. 그게 오는 시점은
인간이 자신의 기준까지 AI에게 맡겨버리기 시작할 때 온다.
근데 그건 그렇게 먼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우리는 유튜브 영상의 선택권을 AI에게 맡겨버리고 있... 그렇다... 챗GPT가 무서운게 아니었다. 이미 우리의 의식은 AI, 추천시스템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ㅜ.ㅜ;;
AI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강해져도, 우리에게는 우리 편의 AI가 있다. 터미네이터랑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 편 터미네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배제된 AI는 쓸모없다. 제품이란 인간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AI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며, 하지만 부족한 게, 그것이 도입될 분야의 인간의 피드백이다.
무작정 피드백이 많다고 장땡이 아니다. 이미 챗GPT의 인간 과적합에 따른 아부 문제와 환각 문제를 봤다. 그걸 제어하고 통제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과 의사결정 조직은 앞으로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숙련의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도 다르고, 숙련 가능한 분야도 다르다. 하지만 한가지는 가능하다. 그건 그 사람이, 사람을 기준으로 행동하도록은 숙련될 수 있다. 그러니.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의 기능적인 숙련에 의지하지 않고, 그의 목표성에 맞춰 그의 기능적인 능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또한,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이다.
AI가 일자리를 줄이는 건 착시다. 인류는 일의 효율성이 늘어나면 일을 줄이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을 향해 찾아 떠나왔다. 지난 수천년 역사동안. AI가 더 많은 일을 해준다면 사람은 더더욱 많은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AI가 일자리를 제거하느냐가 아니다. 일이 배분되지 않는 구조다. 효율을 논하며 비효율을 구축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점이다. 그건 자본주의가 기반을 틀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의 한계점 때문이기도 하다. 자유시장경제의 성립의 근본은 '무한경쟁'이며, 그것은 반드시 '시장퇴출'을 동반해야 하는데, 인간 사회가 인간을 '시장퇴출'시키는 것은 안되기 때문이다. 그건 AI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비인간성이다.
그것의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해법은 난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이에 기술적인 보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나는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앞서 나가는 쪽으로 선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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