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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AI가 쳐들어오는 시대

방송가 휩쓴 AI①] AI와 '사람' 아나운서의 미래

마지막 부분... 진짜입니까? ㅎㄷㄷ

작년에 ChatGPT 가 뜨면서 대대적으로 AI로 일자리가 대체되기 시작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뭐 어떤가. 나는 살아야지.

농담이고.

미국에서는 AI가 창작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자 작가 조합이 파업을 하기도 했다.

2023년 미국작가조합 파업

콜센터 인력들이 대대적으로 해고당하는 일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콜센터 240명 해고… 대부분 여성ㆍ저임금ㆍ비정규직

말로만 나오던,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야기가 지금 당장 현실로 다가온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글쎄...

[신문과 놀자!/신문박물관 들여다보기]문선공은 신문사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문선공이란 직업이 있었다. 문서를 대량 제작할 때 활자를 골라 판을 만드는 직업이다. 특히나 저 직업이 있던 시대에는 신문을 제작할 때 한자가 잔뜩 들어갔다. 그 탓에 대통령(大統領)이 견통령(犬統領)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복잡한 한자까지 빠르게 찾아 맞춰야 하는 굉장히 전문적인 직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필요 없는 직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 시대보다 지금이 일자리가 없나? 어차피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일하면 그만큼 가치가 생겨나기 때문에, 기술이 그 자리를 대체해도 사람은 새로운 일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AI가 어떠한 일을 대체한다면 그 분야는 자동화되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또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의 수요가 창출되기 마련이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매우 먼 일이니까. 물론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고.

다만, AI의 발달이 당장 어떤 직군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것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큰 충격과 재앙이 될 수 있나는 점을 무시할수도 없긴 하다.

사실 위에 언급한 작가조합 파업 때 부터 이 부분에 관련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들의 사정은 굉장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지만,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영국 산업혁명 때 있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증기 자동차가 나타나자, 당시 마차를 운영하던 마차업자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탄원으로 적기조례 라는 법안이 설립되었다. 이는 증기 자동차에 규제를 가해 마차의 경쟁력을 보호해주는 법안이었다. 그리고 이 법안이 도입됨으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발전이 지체되며 주도권을 잃고, 이는 결국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보여진다.

물론 링크에도 나와있듯이, 이 법안이 꼭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법안이 도입되었다고 해도 결국은 자동차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보호가 되었을지 몰라도 그것이 미국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에서 규제를 걸어도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버리는 것 까지 막아낼 방법이 있을까? 만들어진 AI를 몰래 가져다 쓰는 건 또 막을 수 있을까? AI가 생성한 컨텐츠와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별해 낼 방법은? 그걸 모조리 틀어막았을 때.

그 나라의 산업 자체가 지체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미국의 문화 파워는 막강하다. 하지만 미국 헐리우드가 300년간 세계 문화컨텐츠 시장을 주름잡던 게 아니다. 언제나 트렌드란 건 빠르게 변화하는 법이고, 특히나 중국은 AI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그래서 현재 AI쪽 논문을 보면 중국 논문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뭔 논문 열어보면 전부 저자들이 중국 이름일 정도다. 문화 컨텐츠도 무시 못한다. 일본 애니에는 중국과 대만 원작의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국내 게임 순위에도 중국 게임들이 다수 올라올 정도다. 그런 와중에 미국에서 AI가 창작물 업계에 적용되는걸 막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당 업계의 경쟁력만을 떨어뜨리게 된다.

AI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며,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한 6개월만 개발을 중단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혹은, 현재 핵폭탄을 규제하는 것과 같이 AI의 규제 역시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폭탄은 몇천만원 짜리 장비로 만들 수 없지만, AI 모델은 가능하다. 심지어 그게 몇 백 만원 짜리 장비로 가능하게 내려오고 있고, 클라우드를 빌리면 몇 천원, 몇 만원으로도 작은 모델을 학습해 보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런 걸 핵폭탄과 동일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는 건 넌센스다. 하물며 기업 단위의, 국가 단위의 자원을 동원하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리고 AI를 개발하는 것에 핵폭탄 급의 규제를 적용할 수는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기후문제에 대해서도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얻기 힘든 마당에...

그런 점에서, 내가 보기에, 맨 위의 기사는 좀 더 와닿는 내용이었다. 뭐, 진짜로 AI가 제시한 솔루션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AI가 어떠한 직업을 대체하더라도 또 한편으론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여전히 그런 분야는 많다.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 또는 육체 노동이 들어가는 전문적인 직업 등이다. 일단 AI가 아무리 어마어마하게 발달해도 아직 로봇은 더 갈 길이 머니까.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주장했던 트랜스휴먼 개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다만, 그걸 굳이 지금 당장 인간을 뜯어고쳐서 이뤄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의 AI 기술은 연구자 기준으로도 따라가기 벅찰 만큼 빠르게 변하며, 정말 새로운 기술과 개념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는 어차피 회사에 있어 최신의 연구 트렌드를 다 따라갈 필요도 없지만 그럼에도 피곤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술들이 하나씩 실생활에 적용될 때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 벌어질 것이고, 일반 사람들 역시 그러한 변화에 피로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AI가 지금처럼 뜨기 전이라고 세상이 그렇게 얌전하게 변하지 않고 있던 것도 아니고, 결국 '혁신'이란 걸 도입해서 산업을 바꾸는 것들은 사람이다. 지금의 변화도 결국 사람의 속도인 것이다.

좀 더 눈치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변화를 주도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남겨지고 도태된다. 그건 인류 역사상 변한 적이 없는 기본적인 룰이다. 새로운 시대에 따라가기 힘든 건, 분명 변화가 빨라지기 때문도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평한다고 내가 나이가 안 드는 것도 아니다. 변화를 열심히 쫓아가든가, 영리하게 덜 변하는 곳에 옮겨앉든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 변하고 있다면, 그걸 써먹고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버거울 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라면. 특히나, 지금은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SF에서나 나오는 것 처럼 AI 비서, AI 어시스턴트를 부려먹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