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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대한민국이 뉴비절단기 망겜인 건에 대해서... 그리고 확장팩 AI 대격변 이후는...

https://www.youtube.com/watch?v=lopzyHRBiZg&t=634s&ab_channel=%EC%A7%80%EC%8B%9D%EA%B3%B5%EC%9E%A5%EC%9E%A5%EC%9D%98%EC%A7%80%EC%8B%9D%EA%B3%B5%EC%9E%A5

 

유튜브 보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찾았다. ㅎㅎ

 

확실히 대한민국이, 그리고 현대 사회가 뉴비절단기인 측면이 있고, 아마도 저출산의 매우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볼 만한 거리다.

 

 

위 영상의 요지는, 현대의 저출산도 고인물들, 즉 기성세대가 뉴비, 젊은 세대와 나누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고, 그것은 격투 게임에서 고인물들이 뉴비가 들어오면 즐겁게 게임에 익숙해지도록 도우려 하지 않고 양학을 하며 괴롭히는 거랑 같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거기에 추가로 더 우울한 이야기를 던지는게.

 

인류 역사상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 자원을 나눠준 문명이 없다는 것.

 

사실 기성세대라고 했지만, 기성세대 모두가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성 세대에서도 이미 성공한 세대, 즉 기득권층을 말하는 거다. 그리고 언제나 국가가 발전하면서 막바지에는 소수의 기득권층이 대다수의 자원을 독점하는 구조가 되고, 그것이 혁신되는 과정은 전쟁이든 쿠데타든 나라가 뒤엎어 지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계급간 격차가 심화되며 계급이 경직화되고, 사회에 새로운 활력소가 줄어들며 발전이 더뎌지게 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신라가 그랬고, 고려가 그랬고, 조선이 그랬다. 그 결과는 언제나 외란이든 내전이든 극단으로 치달았다.

 

게임계야 다른 장르가 생겨나며 기존 장르가 도태되고, 그 과정에서 기존 고인물들이 고인 장르와 함께 사라져가면 그만이다. 그러다가도 복고풍 유행이 돌며 옛날 장르가 다시 올라오기도 한다. 원래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 그 과정은, 뭐 한 장르에 목매달던 게임사가 있다면 꽤나 피를 보겠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변화다. 뭐, 전쟁보다야 났지.

 

하지만 나라는 그게 안 되니까 문제다. 특히나, 우리나라가 저출산이 심하긴 해도, 이런 경향은 어느나라든 다 같이 겪고 있는 문제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질서가 모조리 무너질 위기일지도 모른다.

 

암담한 이야기다.

 

 

회사 동료와 AI의 발전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AI의 발전이 인류의 일자리를 없애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뉴비가 살기 더 어려운 시대가 오는 건 확실하다는 것. 나도 거기에 강력히 동의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만화를 그리려면 다수의 어시스턴트들이 필요했다. 만화가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림 전체를 혼자 다 그리는 건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오죽하면 어시스턴트를 쓰지 않던 (아니 못 쓰던...) 베르세르크 작가의 사망 원인을 팬들이 과로로 추정할까... (근데 그 분은 많이 좀 심했음. 만화를 그리랬지 한 컷 한컷 예술을...)

 

당연히 초보 그림쟁이들은 만화 그리기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혼자 전부 수행하는게 벅차다. 스토리를 짜야하고, 거기에 맞춰 그림 구도도 설계해야 하고, 연출도 생각해야하고, 온갖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모두 다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한 가지 그리는 실력을 깊게 다지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출 수는 있다. 그 다음엔 어시스턴트가 되어 해당 부분을 전문으로 맡아서 하고, 그걸로 돈을 벌면서 다른 분야도 연습해 조금씩 실력을 다지면 나중에는 뛰어난 만화가로 완성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 가장 먼저 침해받을 영역이 바로 이 어시스턴트들이 하던 영역일 것이다. 만화가가 대충 구도를 설계하거나 콘티 정도 그리면, 어느 정도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 다음에 그 그림에서 세부적인 디테일이 안 맞는 부분만 수정하면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이미 콘티 수준의 그림을 완성된 그림으로 만드는 기술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그림체나 캐릭터의 일관성 같은 부분도 내가 모르긴 해도 툴이 있거나, 만드려면 충분히 만들만큼 기술 성숙도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기 만화가들은 스스로 작품을 낼 수 있을 실력이 되기까진 돈 한푼 벌지 못하고 맨땅에서 구르며 연습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3류 아나운서를 쓰느니 AI 아나운서가 나을테고, 법률같은 전문적인 영역의 상담도 이미 실력 검증된 고참 변호사가 다수의 AI 어시스턴트를 사용해 법률상담을 진행하게 될지 모른다. 코딩은 이미 AI를 활용해 코딩을 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어버렸고, AI가 웹 페이지 디자인 같은 것도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케팅 쪽에서 컨셉 디자인 같은 건 생성형 AI가 만드는 경우도 이미 일반화되어 구글에선 대규모로 광고 조직 인력들을 해고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러면 그쪽 인력들이 필요 없어지는건가? 어림도 없지.

 

AI 부하를 부려 더 대규모로, 큰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수요가 더욱 늘어난다. 일 하나의 단가가 싸지는 만큼 그 사람 한 명의 몸값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 한 명의 생산력은 압도적으로 커질테니까.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람들의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더 단순한 일들은 AI쪽이 더 싸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마치 MMORPG 가 오래 될 수록 고랩들은 더 상위 던전을 뚫어가며 더욱 부유해지지만, 뉴비들은 기본 템 갖추기도 어려워지며 힘들어지는 것과 같다. 게임에선 그나마 뉴비들에게 아이템과 재화를 뿌려 이를 완화하지만, 사실 그게 가능한 건 어차피 게임 아이템은 현실의 재화와는 달리 디지털 신호일 뿐이고 운영사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게임에서조차 오래 된 게임들은 그런 빈부격차가 사라지지 않고 결국 서비스 종료까지 그 현상이 가속화된다.

 

당연하다. 어쨌건 대부분의 컨텐츠는 게임에 영향력이 크고 매출에도 크게 작용하는 올드비들을 위해 제공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 세계에 추가되는 새로운 확장팩, 'AI'시대 역시 고인물들의 파티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연 AI시대 이전에는 달랐을까? 어림도 없지.

 

모든 생산력은 간단히 말하면 인력 × 자본 으로 구성된다. 개인도 그렇고 사회 전체도 마찬가지다. 인력 역시 인력의 양 × 인력의 질 로 계산된다. 그렇게 부모님들이 공부를 시키는 이유다.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의 양은 하루 24시간이 전부다. 사실 그마저 전부 이용할 수 없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면 장기적으론 몸이 상해 삶을 지속할 수 없다. 주 40시간, 추가근무를 포함해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이유다. 사람마다 좀 더 버틸 수 있는 사람, 혹은 더 취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 말마따라 주 120시간을 한다고 해도 3배이다. 당신의 연봉이 3천이라면, 주 120시간을 하면 산술적으로 9천의 연봉이 될 뿐이다. 그런데 당신의 몸이 120시간을 껌으로 씹어먹는 강철의 몸뚱아리가 아니라면 아마도 그 돈 써보지도 못하고 가겠지. 그러니까 인력의 '양'이 아닌 '질'을 올려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술과 지식들을 배워서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국가 단위로 살펴보자.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지금 1인당 GDP 가 3만 2천 달러지만, 4만 달러를 가기 위해 25% 가량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게 가능할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근무시간이 많은 편에 속한다. 양을 늘리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면 더 고소득 직업, 의사나 변호사, 고소득이 가능한 연구원이나 엔지니어 등의 전문직업을 25% 늘리는 건? 그게 될 리가 없지. 이미 우리나라는 다수의 고학력자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오히려 대학을 무분별하게 양산해서 고학력자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직업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질을 늘리는 문제도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생산성의 향상을 자본으로 이룬다. 기술의 발전, 자동화 설비, 인프라 등의 자본을 통해 생산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이건 개인 차원으로 가면 다시 문제가 나타난다.

 

내가 노력해서 남들보다 2~30% 시간을 더 들여 일을 하고, 노력해서 남들보다 두세 배 높은 소득의 직장을 가져도, 결국 몇 배의 소득이다. 반면, 먼저 자본을 쌓기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의 나보다 몇 배가 아니라, 몇 십 배, 몇 백 배, 혹은 그 이상의 자본이 있다. 그리고 생산력이 결국 인력 × 자본이라면 그 사람들은 나보다 몇 십, 몇 백 배의 생산력으로 또 새로운 자본을 축적할테고, 그건 더욱 격차를 심화시킨다.

 

RPG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쪼랩 때 아무리 아끼고 모아봐야 고랩 때에 비하면 하찮은 돈, 재화 밖에 만질 수 없다. 하지만 고랩이 되어도 이미 풀셋을 맞춘 플레이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플레이어들이 모인 길드를 경영하고 레이드와 같은 고소득 컨텐츠를 독점하는 집단은 일반 플레이어들이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도 기업을, 세력을 가진 자들은 일반인들이 평생을, 아니, 몇 대를 거듭하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고, 그 지위는 시간이 갈 수록 더욱 고착화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부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방법은 결국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기득권층과 피를 뿌리며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기득권과 신진 세력 양쪽에게 비극이었으며, 그 싸움이 끝난다고 유토피아가 열리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 치고 올라온 신진 세력이 새로운 기득권이 될 뿐.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

 

 

최근 중국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을 넘어 역성장이 보이기 시작했고, 실업률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으며, 많은 청년 세대가 구직과 결혼 등 미래에 희망을 두는 것을 포기했고, 그나마 희망을 가진 이들이 노리는게 공무원이라고 한다. 마치 얼마 전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랬던 우리나라는 지금, 공무원마저 희망을 잃고 있는 중이다.

 

판타지를 보면, 세계의 멸망을 가져올 마왕이 나타날 걸 아무도 몰랐기에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다. 수도 없이 예언을 해 왔고,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들이 대비를 했지만 그럼에도 위기에 처하는 일이 즐비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상황의 말로를 이미 수도 없이 많은 역사속에서 봐왔다.

 

게임은 꼬우면 접으면 되지만, 인생은 그렇게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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