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따리도 못 해본 쩌리 주제에 이런 글 쓰기도 민망하지만, 그간 겪었던 다양한 리더들에 대해 정리할 겸 한 바닥 써 본다. 나중에 또 성장했을때 이 글을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그래도 4-6명 정도 관리한 연구그룹의 PM 을 해 보면서 느낀 것도 많다. 일단, 사람을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팔로워들은 아마 국내에서 탑 수준으로 관리하기 쉬운 인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대기업에, 선별되어 뽑힌 능력자들이었으니까. 적어도 일하기 싫어서 미적대거나, 세세하게 일을 시키지 않으면 일을 못하거나 할 걱정은 없는 이들이었으니.
그럼에도, 사람을 이끄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리더에게는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러지 못한 리더가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1. 당연한 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걸 보며, 일을 망치고 관계를 어그러뜨리는 가장 큰 게 바로 이거라고 본다.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한 게 있다고 믿는 건 공짜를 원하는거랑 같다. 공짜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비용을 요구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공짜 시식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게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곤 하는 것 처럼.
리더든 팔로워든, 아니면 동료 관계에서도, '당연히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라든가, 아니면 '네가 이거 하는 건 당연하잖아'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건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인지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인지하지 못하다 사고가 터지는 건 '당연히 안 그랬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왜 넌 이 당연한 걸 안 했어?'라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다. 당신도 그에게 '당연한' 어떤 것을 안 해줬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월급 받고 일 해주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마운거다. 물론, 일했다고 월급 주는 것도 당연한게 아니라 고마운거고. 서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면 서로 고맙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하면, 서로 고깝게 일하게 된다. 서로 당연한 걸로 생색낼테고, 매우 빈정이 상할 것이며, 빈정이 상한 일읗 해주는 건 더욱 힘겨운 일이니까.
그런데 특히, 리더들이 이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이 8의 일을 해 주면 그걸 고마워하기보다 2의 일을 못한 걸 탓한다. 평소에 8을 하다가 10을 하면 팀원이 성장했구나, 혹은 무리해서 일을 마쳐줬구나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왜 그간에는 2를 더 못했나를 탓한다. 그러게 되면 그 팀원은 앞으로 10의 일을 할까?
팀장이 못하는 2를 깔 수도 있고, 애초에 8이면 될 일을 팀장이 쓸데없이 기준을 높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으로는 6만 해도 다행이 된다.
당연한 사람 심리다. 8을 했으면 뭔가 8 만큼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패널티를 받는다면, 애써 10을 해줄 필요가 없다. 설령 그 피드백이 월급통장에 꽂힌대도 말이다. 금전적인 피드백은 인격적인 공격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통증을 줄여줄 뿐이지 상처를 치유해주진 않는다.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해주는 건, 같은 일이라도 갑절로 힘들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당연한 것의 기준은 다르다. 당신의 방식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당연한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거 하나하나를 마이너스로 여기면 어떤 팀원도 만족스럽지 못할 테고, 팀원 역시 좌절하거나 화를 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은 더욱 더 안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플러스되는 건 없이 마이너스만 되니까.
2. 완벽한 팀원은 없다.
관리자가 되면 어떤 팀원이 하는 일이든간에 성에 차는 경우가 없다. 대개 못한다. 자신이 팀원이었을 때를 떠올리며 왜 얘는 이거도 이렇게 못할까 싶다. 그런데.
그건 당연하다.
만약 당신이 보기에 완벽하게 일하는 팀원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위기이다. 왜냐하면 그는 조만간 당신 머리 위로 올라갈테니까. 아니더라도, 그는 당신을 떠날테고, 당신은 그가 빠진 조직에서 기존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일 잘하는 이라면 당연히 빠르게 승진할 것이다. 당신이 흠 잡을 게 없다면 그는 당신보다 훨씬 능력이 우수할 것이다. 동급이라고 해도 어떤 능력은 당신보다 떨어질테고, 그럼 흠잡을 게 생겼을 테니까.
그러니까, 당신이 낙하산이 아니라면 당연히 팀원들은 당신보다 못하다. 그걸로 짜증이 난다면 당신은 리더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당연한 것에 짜증이 날 정도면 그 직무가 근본적으로 안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경험상, 팀원의 능력에 불만 많은 사람들이 능력이 더 떨어지더라...
3. 당신의 일을 시키지 마라.
이전에 육아법 관련해서 영상을 봤는데 재미있는 게 있었다. 아이와 룰을 두고 대립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한 시간만 하라고 하고, 아이가 그걸 어겼을때 아이한테 왜 자신이랑 약속한 룰을 어겼냐고 화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 애가 게임하는 걸 조절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면...
그건 내가 정한 룰이 아니라, 세상이 험해서 지켜야 하는, 부모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아이도, 부모는 이겨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레벨에 세상은 못 이기지...
난 리더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일일히 업무 지시를 내리며 그걸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리더는 미움을 받는다. 팀원들 입장에서도 내가 힘든 이유는 저 빌어먹을 팀장이 된다. 때로는 그렇게 욕받이가 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는 이도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뻘짓이다.
애초에 그 업무지시는 어디서 왔는가. 회사에서, 자신도 업무지시 받아 움직이는 중간관리자인데 나 편하자고 일 시키나? 사장이면 또 이사회나 고객들 눈치보며 일하지 내맘대로 되는게 있나? 내맘대로 하는것도 아닌데 왜 나서서 욕을 먹는가. 뭐 팀장이 자기 머리 위에 있는 상무님이나 전무님을 너무 사랑해서라면 이해할 수는 있다만...
보통은 일이 되게 하려면 어쩔수 없이 시키는거고
보통은 그거 하라고 뽑혀온 게 그 팀원이다.
물론 그 와중에 나 편하자고 내 일 떠넘기는 상사들 물론 많다. 그건 욕 먹어야 하는 게 맞는거고... 밑에서도 그거 뻔히 보이고, 그렇게 꿀 빨 거면 좋은 리더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건 포기해야 마땅하다.
4. 팀원을 도와주는 리더가 되라.
앞에꺼와 이어지는 이야기다.
경험상, 'XX씨, 이거 해주세요' 보다 'XX씨, 이거 하셔야 하는데 뭘 도와드리면 좋을까요?'가 더 잘 먹혔다. 팀원들에게 과제의 목적,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대략적인 방법론을 여러 차례 설명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할당한다. 그리고 나는 진도를 채크하고 못한 부분을 비판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이슈가 발생했는지를 채크해서 해결해 주는 사람이 되었을 때,
팀원들의 반응도 좋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도 좋았으며 팀원들도 더 주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했고 세세하게 시키지 않아도 성과를 냈다. 결론적으로 나는 더 편해지며 일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흔히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이야기가 많고, 그에 대해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져'하는 볼멘소리도 많다. 하지만 '아무튼 가져보면 니 커리어에 도움되'하는 꼰대소리도 많다. 근데 그 꼰대 소리가 맞다. 근데 거기에 대한 비판도 맞다.
작은 범위라도 주인을 시켜줘야 사람은 주인의식을 갖는다. 그리고 그렇게 해 주어야 관리자인 나도 편해진다.
팀원들의 일정을 매일 쪼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관리하면 그 팀원들의 수가 늘어나면 더 힘들어진다. 하루하루 팀원들 일정 채크하고 쪼느라 시간이 다 갈 테니까.
그럼 진짜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은 대체 언제 하나. 결국 잔소리만 많고 자기 할 일 못하는 리더가 되는거다.
5. 리더는 결국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돈을 벌어오자'라든가, '멋지고 간지나는 제품을 만들자' 같은 건 목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보면 저 정도 수준의 문구를 조직의 목표랍시고 올려놓는 한숨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행 플랜까지 나올 수 있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스스로 물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지금 상황에선 무슨 물건을 팔아야 하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산한다면 어떤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고 사온다면 어디서 사와야 하지? 유통은 어떻게 해야 하지? 등등. 그걸 하라고 앉혀놓은 게 경영자고, 그 세부 실행 플랜을 수행하라고 놔두는게 임원과 팀장들이다. 그걸 못 할 거면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따라서, 사장이 사업관리만 한다면 사장은 필요없다. 지금 사업만드로 계속 돈을 벌 수 있을지, 번다면 얼마나 가능할지, 다른 신사업이 필요할지, 필요하다면 어떤게 필요할지르르판단해 회사의 비전으로 내세울 사람이 사장이다. 그걸 제시 못하면 사장하면 안 된다.
임원들도 자기 사업부, 업무부서에서 그런 걸 제시해야 한다. 회사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다. 그 밑의 팀장도, 할당받은 영역에서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위에서는 회사 방향을 정해야하니 자료를 정리하거나 뭔가를 테스트 해 보라고 일을 잔뜩 내리지만, 정작 자기가 뭘 하고싶은지는 말이 없다. 당연하다.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경영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부차적인 일을 빠르게 하도록 관리만 하려고한다. 사업 부서는 꾸역꾸역 밀려들어오는 고객들의 요청을 사람을 갈궈서 때우려고만 하지 근본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할 생각따윈 안 한다.
뭐 당연하지. 임원들은 지금 버텨 실적 세우고 떠날 비정규직들인데...
앞선 리더십의 문제들이 거기에서 다 나온다. 그러다보니 중간관리자도 피곤하다. 힘들게 일해줘도 허공으로 흩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자신은 큰 방향에서 계획도 못 세우고 윗선의 업무지시는 애자일이란 명목하에 수시로 바뀌는데 그거 욕받이는 자신이 다 떠안아야 한다. 조직 목표도 비전도 제시 못하는 것들이 주마다 진척도 관리하려 든다.
그러니까 요즘 세대들이 다 리더하기 싫어한다.
학교에서 반장 하는 거랑 같다. 권한도 없고 목적도 없이, 그저 심부름꾼이 되서 일은 오지게 하는데 대접도 못 받는거, 누가 하고 싶나.
그러니까 팀원들도 주인의식이 없다. 자기 일의 주인이 되어야 주인의식이 생기는데 업무 지시는 수시로 바뀌고, 그거 다 따라 하면 커리어 박살난다. 일은 만능 심부름꾼으로 시키지만 뽑을 때는 전문성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구조적으로 어긋났다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나중에 어그러지더라도 그걸 계획해 팀원과 공유해야한다. 윗선의 아바타가 되면 안 된다. 상사가 유능해서 뛰어난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걸 따르는 게 좋겠지만, 무능해서 쓸데없는 일들을 내려보내면 더더욱 휘둘리지 않게 노력해야한다.
그걸 막아주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욕받이가 되는 건 나고, 상사의 변덕으로 내려온 지시는 평가도 못 받으며, 나중에 내 커리어도 망가질 뿐이다.
리더의 덕목은 업종마다, 업무마다, 상황마다, 조직 특성마다 다 다를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뽑은 것들은, 일단 지금의 내 관점에선 그래도 전반적으로 먹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되면 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리더하기는 힘들다. 특히 중간관리자는 최근 척결 1순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정쩡한 관리자는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솔직히 팔로워 해먹기도 힘들다.
그런 와중에, 얼결에 중간 관리자가 된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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