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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지브리 프사, 정말로 필요 없었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918590004075

지브리 프사 꼭 필요했나 | 한국일보

한동안 카카오톡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 대다수가 온통 지브리풍이었다. 챗GPT에 사진을 올리면 지브리 스튜디오 그림체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세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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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정면으로 부정하신 기자 분의 패기에 경의를.

농담이고.

난 이 기사에 반대하지 않는다. 동의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어 그 부분을 보충하려고 가져왔다. 먼저.

현대 사회는 '가치'를 가늠하는 걸 포기했다. '가격'이 있는 곳에 '가치'가 있다고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가치란 너무나 측정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 주체가 하는 행위는 모두 '가치' 가 있다. 그것이 가치가 없었다면 그것을 하기 위한 각종 코스트를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오픈AI는 이 사건에서 수요예측을 잘못했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이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허용해버렸다. 사용자 입장에선 프롬프트 좀 깔짝이면 멋진 이미지가 나오니 쉽게 사용한 것이다. 즉, 회사가 사용자에게 서비스의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붙이는 데 실패했다. 어지간한 수라면 서비스 홍보효과로 감수할 만 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어지간한 수준의 유행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 참여자들의 '실패'는 무궁무진하게 많고, 그건 AI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의류산업은 엄청난 쓰레기를 만든다. 옷은 수시로 저런 유행이 생겼다 없어지며, 유행이 지나간 옷, 유행철에 팔리지 못한 옷들이 무더기로 폐기되는 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봤던 자료에서는 바이오 연료도 비효율의 극치였다. 사탕수수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 연료 1리터를 만들기 위해 기름이 1리터 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석유 연료 사용 절감도 안되고, 농사를 위해 낭비되는 인력과 기계, 비료 등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거기에 포함도 안 됬다. 그런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첫째, 이런 대규모의 시장 실패를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 자본주의는 그러한 실패를 한 경제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경제주체들은 퇴출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이런 실패가 줄어들거라는 가정 하에서 돌아간다. 이는 계획경제 체제보다는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계획경제에서는 계획을 세우는 정부가 시장실패를 유발해도 퇴출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졌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서 매우 뛰어난 지능과 정보력, 시장 경험을 갖춘 인물과 조직도 이러한 모든 문제에 대처할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현 인류 자체의 한계점일지 모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회적, 자연적 비용이 제대로 시장에 반용되지 못한다는 것. 즉 공유지의 비극이다. 지브리 사태로 AI의 과다 사용이 벌어진 건 단지 전기세의 문제일까? 그거만이면 기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오픈AI 만의 문제니까. 하지만 기자는 기후위기를 걱정했다. 그건 현대의 전기 생산이 단지 생산비 이상의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화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온실효과를 강화하고, 원자력은 핵 폐기물로 인한 오염과 원전 폭발로 인한 재앙의 리스크를 동반한다. 수력은 강물을 막아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풍력은 새를 죽이고, 태양광은 산을 갈아엎기도 한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드것들은 제대로 측정되지도 않고 가격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에너지 뿐이 아니라 모든 소비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그렇고, 어업도 그물이라는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축산업이 생산하는 폐기물과 메탄가스도 어마어마하고, 농업도 대규모 생태계 파괴와 교란을 일으킨다. 이런 부분들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 주체에게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고 달라질 문제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은 기술밖에 없다.

그건, 세상 모든 문제를 신기술이 해결해 줄 거라는, 1900년대 초의 허황된 믿음을 말하는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한 나라가 저런 경제주체들에 비용을 물리기 시작하면 그 나라는 곧바로 세계 경쟁에서 도태되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그 위해 전 세계가 규칙을 만들고 연합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미국의 탈퇴로 실패해 버렸다. 기술이 구원해 줄 거란 믿음이 하황되다면, 모두의 선의아 기댄 방법도 허황되다.

다행이도,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비용이 저렴해지고 있다. 더 작은 모델로도 고성능을 낼 수 있고, 더 적은 전력으로 돌릴 수 있는 하드웨어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흐름은 더 많은 대중화로 사용량을 폭발시킬 것이다.

하지만 난 AI가 이러한 문제에 어느정도 해결책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현재도 사회의 온갖 부분에 비효율이 난무하고, 이는 AI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AI가 저런 유희에만 사용되는게 아니라, 사회늬 중요한 부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건 단순한 선의에 기대는 것 보단 났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그 경제주체에게도 이득이니까.

하지만 효율을 빌미로 AI악용하는 방법도 많으니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저 2가지 문제는 남을 것이고, 우리 사회는 그것들과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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